과학적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이종수 교수

홍상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9/02 [15:11]

과학적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이종수 교수

홍상수 기자 | 입력 : 2020/09/02 [15:11]

 

창의력의 핵심은 '협력'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자연에서도 환경이 변화하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는 종이 있고,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는 종이 있다. 이러한 환경 적응력은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생사를 결정짓지는 않지만, 우리의 존재가치를 결정하는 변화의 물결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사라질 것이냐, 지배할 것이냐? 자연의 거친 적자생존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의 변화는, 인공지능과 지식의 물결에 지배당할 것이냐, 그것을 지배할 것이냐로 나뉘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써, 전문가들은 ‘창의력’을 꼽는다. 물론 인간의 ‘감성’도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 특징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인간의 ‘감성’도 학습을 통해 구성될 수 있다. 창의력은 인간의 고도 지적 활동의 결정체로써 언제나 인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대 과학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아인슈타인’을 꼽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가 홀로 이룩한 업적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의 사변적으로만 논의되던 우주의 문제를 과학의 영역으로 명쾌히 정리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인간 지성이 위대한 것은 인간이 드디어 <우주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위대한 이론의 시작은 그가 15살 즈음에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서 거울을 본다면 내 얼굴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깊이 있는 사색과 탐색을 통해 위대한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창의력은 당연한 곳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할 때 탄생한다. 사실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창의력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다. 창의력은 문제해결 능력과 결합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15세 때 생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은 사색과 함께 당시 물리학에서는 쓰이지 않던 미분기하학을 도입하여 그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하였다. 뉴턴도 만유인력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써 미적분학을 창시하여 중력을 완벽히 기술하였다.
 
중력이론이나 상대성이론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거의 홀로 수립하였다면, 현대 과학의 백미로 꼽히는 양자역학은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협력으로 탄생하였다. 16세기에 뉴턴에 의해 고전역학이 완성되고, 17세기 전자기학을 거쳐 열역학까지 볼츠만에 이르러 완성되어 18세기에 물리학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열역학 문제 중에 사소하게 남아 있던 것으로 ‘빛으로 온도를 알아낼 수 있을까?’하는 <흑체복사 문제>가 있었다. 이 단순한 문제는 기존의 지식체계 내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깨달은 물리학자들은 뭔가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자역학이 탄생하였다. 이렇듯, 거대한 과학적 변혁의 출발점은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의 발견에서 시작한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 창의력의 발현은 다양한 사고의 융합과 브레인스토밍으로 이루어진다. 인류가 출현하여 돌도끼가 나오기까지 270만 년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청동기 시대 2300년 정도를 거쳤고,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 발명)이 1760년, 2차 산업혁명 (대량생산, 공업화)이 1900년, 3차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이 1990년, 지금 4차 산업혁명에 이른 것을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는 시간에 따라 지수 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지식의 발전이 기하급수를 넘어 지수 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이유는 지식의 발전이 융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융합이란 다른 지식체계의 조합으로 전혀 새로운 지식이 창조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써, 지식이 많아질수록 조합의 가지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지식의 발전은 항상 지수 급수적이다. 이는 이제 더 이상 한 사람의 위대한 발견에 의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한다. 대신에 현대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아이디어 생성을 바탕으로 지식이 진보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창의력의 핵심은 '협력'이다.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내공을 갖춘 전문가들이 지식을 공유하여야 한다. 각자가 문제해결 능력이 극대화된 상태를 기본으로, 서로 소통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사실 창의력은 대단한 집중력, 몰입을 필요로 한다. 논어에서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만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고 했다. 즐기지 않고서는 몰입이 안 되고, 몰입 없이는 창의력이 생기지 않는다.
 
원활한 지식의 습득과 몰입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의 배양, 그리고 높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인재가 인류를 이끌어가게 된다. 사실,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학습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몰입과 소통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릴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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